그러나 ‘보완’이라고 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숙의민주주의는 대 표자에게 집단결정이 위임되는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 와 대립되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숙의민주주의 이론가들은 숙의민주 주의를 집합민주주의(aggregative democracy)와 대비시킨다(Gutmann and Thompson, 2004; Bachtiger et al., 2018). 집합민주주의란 개인들의 선호 (견해)를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효율적이고 (절차적으로) 공정 한 방법으로 결합하여 최종 결정을 채택하는 것을 지칭하는데, 투표를 통한 다수결 방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집합민주주의는 경쟁적 인 의견이 존재할 때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견해를 채택함으로써 언 제나 확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 성원 간 견해차에서 오는 도덕적 불일치(moral disagreement)를 근본적으 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Gutmann and Thompson, 2004). 충분 한 정보 제공과 합리적 토론을 통해 구성원 간 견해차를 좁히고 신뢰기 반을 넓히는 과정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수파의 권리가 배제되는 다수파 독재
(tyranny of the majority)를 정당화하거나 다수결에 의한 반복적인 다수파 순환(majority cycling)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치 명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숙의민주주의의 진정한 문제의식이 시작된다. 숙의민주 주의는 단순한 참여가 아닌 이성적 숙의를 중시한다. 다시 말해 숙의민 주주의는 정책결정의 영향을 받게 될 개인들이 정책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율적 주체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참여민주주의와 일부 특성을 공유하지만, 단순히 어떤 제안이 가장 많은 수의 지지를 받는가 가 아니라, 공적인 숙의를 통해 어떤 제안이 가장 합당한 이유에 의해 지 지되는가를 확인하고 이에 의한 의사결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와 차별화된다. 즉, 숙의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는 일 반 시민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되,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을 사용함에 있어 토의와 숙고의 기회를 충분히 가지도록 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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