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기업성과가 좋지 않은 지배구조 혹은 이사회구조는 그 기업이 직
면하고 있는 제약조건에서의 최적선택일 수 있다. 제약조건이 없는 경우의
최적선택은 제약조건이 없어지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없다. 이사회구조를 기
업성과에 직접 연결시키는 접근법은 내생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기업들마다의 제약조건의 이질성으로 인해 지
배구조 혹은 이사회구조에 대해 기업들이 직면하는 최적화문제 자체가 이
질성(heterogeneity)을 가질 수 있다. 지배구조와 기업성과에 대한 실증연
구 결과는 연구가 포착하고자 하는 관계와 전혀 다른 관계를 가지는 것으
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통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즉 이사회와 기업가
치 사이의 연결고리를 직접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들이 있다. 예를 들어
Weisbach(1988)는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성과를 내지 못하는 CEO가
교체될 확률이 높은지를 살펴보았고, Vafeas(1999)는 이사회 횟수와 기업
성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Adams, Hermalin, and Weisbach(2010)는 이러
한 시도를 한 연구들을 정리하고 있다.
본 연구는 더 미시적 수준으로 내려가 이사회를 분석하는 접근을 시도한
다. 먼저 실제 이사회가 처리하는 안건을 살펴 이사회의 기능을 파악하고,
언제 이사회 처리안건이 많아지는지, 어떤 안건이 주로 처리되는지 등에 관
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이사회 구성상의 특성(사내/사
외 이사, CEO와의 사회적 연고관계, 사외이사의 경력 등)이 이사회 내에
서의 이사들의 출석, 투표행위와 교체될 확률에 끼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실증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사외이사 비율 및 외국인
지분율 증가는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러나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사외이사 비율이 증가한다고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독립된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
지 않다. 먼저 사외이사 비율, 특히 CEO와의 사회적 연고관계가 없는 사외
이사의 비율이 줄어드는 편인2 연초에는 감독기능의(supervisory) 안건 처
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3 이는 CEO가 자신과 연대가 없는, 비교적 ‘독
립적’인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적은 기간에 민감한 사항을 처리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에 더해, CEO와의 사회적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는 이사회 출석률이 떨어진다. 한편, 사외이사가 다음 해에 사임하
거나 해임될 확률은 그해 출석률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반면 안건에 한
번이라도 찬성하지 않았다면 증가한다. 종합하면, 사외이사의 견제는 표면
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질적 영향력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절의 문헌연구에서는 이사회의 구조, 특
성과 기업성과의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들의 결과를 정리하고 본 연구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제3절의 사외이사제도 국제비교에서는 각국
의 사외이사제도를 비교하고, 한국의 사외이사제도의 연혁과 그 특성을 살
펴보고자 한다. 제4절의 연구가설에서는 한국의 사외이사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균형행동에 대한 가설들을 설정하고자 한다. 제5절의 자료와 기술
통계에서는 자료수집방법을 소개하고 기술통계를 통하여 한국 상장기업 이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제공하고자 한다. 제6~7절의 실증분석에서
는 가설들에 대한 검증을 위한 실증 결과들을 보이고자 한다. 제8절의 결
론 및 정책적 함의에서는 실증분석 결과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의 이사회제도와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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