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R&D 체제는 투입 측면에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에
도달하고 특허와 같은 민간 R&D 성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비교적 단
기간 동안에 상당한 양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R&D 투
입 및 산출⋅성과 관련 지표들에 대한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체
제는 연구개발비와 연구자 수 측면에서의 R&D 투입과, 논문, 특허, 기술이
전⋅사업화 성과로 대변되는 R&D 산출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R&D 투입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대비 총연구개발
비 수준이나 인구당 연구인력 규모 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
만, 연구개발비의 분포와는 달리 대학에 속한 연구자 비율이 정부부문의 두
배에 달하고 있어 연구개발비 투자와 인적자원 분포 간에 불균형이 존재한
다. R&D 산출 측면을 살펴보면, 과거 10년 동안 국제학술논문의 총수는 빠
르게 증가했으나 연구자당 논문 수 증가율은 정체되어 있어 논문 수의 증
가세가 주로 연구자 수 증가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논문의 질을 고려한
피인용횟수 또한 연구개발투자 상위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며, 협력연구
도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출원 건수
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전반적으
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R&D 시스템이 기초연구보
다는 응용⋅개발 연구에 더욱 강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과를 분석한 결과, 대학 및 공공연구소의 기술이전 실적은 최
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통한 기술료 수입 등의 파급효과는 미미
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체 특허의 수는 늘었지만 사업화할 만한 가치를
지닌 특허의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해외와의 기술교류
및 확산은 주로 기술이 체화된 재화⋅서비스의 교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
는 반면, 비체화 기술의 교역규모는 경제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일 뿐더러
주로 기술수출보다는 기술도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에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대학이 지속적
으로 R&D 투자를 강화해 왔고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R&D 인력을 보유하
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① R&D 투입에서 대학과 정부 간의 불균
형, ② R&D 산출에서 논문의 저조한 성과, ③ R&D 산출에서 기술이전 및
사업화의 미미한 성과 등의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기업의 R&D는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압력에 노출되어 있어서 혁신하지 않으
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반면, 공공 R&D의 경우 효율성과 경쟁력이 저하되
더라도 제도적 관성에 의하여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 연구개발체제의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과 공공연구소
등 공공 R&D 부문의 혁신이 중요하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본 장에서는 우리나라 공공 R&D를 혁신하기 위
한 키워드로 ① 자율의 확대, ② 개방의 확산, ③ 고위험⋅고가치 연구의
활성화, ④ 수요 지향의 혁신, ⑤ 글로벌 인재 기반의 구축 등 다섯 가지
방향을 제언한다. 먼저 ‘자율의 확대’에서는 우수한 공공 R&D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연구 기획⋅수행 과정
에서의 자율성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책무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방의 확산’에서는 국내외
적으로 외부에 개방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노력이 R&D 활동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위험⋅고가치 연
구의 활성화’에서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체제에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
는, 실패할 위험은 높지만 성공 시 기대되는 효과가 큰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새로운 조직의 신설도
검토해 볼 것을 제언하고 있다. ‘수요 지향의 혁신 강화’에서는 최근 기술공
급 측면의 정책 강화로 인해 약화되어 온 R&D의 경제⋅사회적 수요에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유럽의 혁신
조달(innovation procurement)과 같은 새로운 정책수단들의 활용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재 기
반의 구축’에서는 국내 인력의 육성⋅활용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해외 체
류 국내 인력이나 외국인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유지하기 위해 정
주여건 개선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R&D 관련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 외국인 과학기술인력들의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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