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수렴가설과 사회적 수용력
앞서 언급하였듯이 어떤 후발국가가 선두국가만큼의 생산성 수준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였던 과거 경험이나 어떤 국가가 완전한 기술적 도
약을 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은 사회적 수용력의 결핍으로 설명할 수 있
다. 여기서 사회적 수용력이란 선두국가의 선진기술을 도입․소화․활
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기술적 역량만이 아니라 정치․상업․산
업․금융제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제도적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
로 결정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태도와 정치제도

첫 번째 범주의 사회적 수용력의 구성요소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
회적 태도(social attitudes)와 정치제도(political institutions)이다. 여기에는
경험과학과 양립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 및 관점, 효과적인 유인구조를
형성하는 사회적 태도 및 구조, 다양한 정치제도의 효과적인 집합 등이
포함된다. 이들 사회적 태도 및 정치제도들의 다양한 조합은 경제발전
과정이 성공적인 또는 성공하지 못한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과 일정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근대화가 시작된 시기를 중
심으로 계급․정치구조, 사회적 의식 및 목표, 행위규범 및 문화 등의
측면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3국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어야 할까?!
19세기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세계에 대한 관점에서 세속주의
(secularism)가 보다 강하였으며, 경제적 성취나 부의 축적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다. 유럽과 달리 처음부터 출신과 계급에 따른 봉건적 구분
으로부터 자유로웠고, 풍부하고 저렴한 토지자원을 바탕으로 보다 평등
한 부(wealth)의 분배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미국인들은 경제적 장점과
부의 축적을 사람을 판단하는 주된 기준으로 삼았다. 1787년 미국 헌법
제정으로 강력하고 안정적인 정부가 탄생하였으며, 정부는 경제적 가치
의 추구를 중시하는 국민의 목표를 반영하여 학교교육의 강화를 비롯한
정책들을 추구하였다. 평등주의(egalitarianism)와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
적 관심의 강화로 학교교육과 교육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공공재원을
우선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공교육시스템은 유럽에 비해 보다 빨
리 형성․확장될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의 경우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적 경제성장의
시기에 진입하였지만 신분․계급제도의 유산이 온존되었으며 부의 가
치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 출생․교육․직종에 기초하는 사회적 차별이
지속됨으로써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켰다. 특히 이러한 사회
적 차별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인식하게 함으
로써 노사분쟁이 빈발하였다. 이러한 불안정한 노사관계는 일자리를 위
협하는 기술혁신이나 기능․직종의 전환에 대한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
항을 야기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신분․계급제도의 온
존으로 대학을 비롯한 교육제도가 오랫동안 소위 신사(gentleman) 양성
에 맞추어 운영되었고 기술 및 비즈니스 관련 교육이 경시되었다. 19세
기 영국을 지배하였던 상류층은 대중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
으며, 중산층 또한 자식들을 상류층으로 성장시키려는 열망이 강하였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산업화과정에 필요한 제조업 및 상업 분야에 대한
우수인력의 공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경영,경제,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연구개발체제의 진단 (0) | 2021.06.10 |
---|---|
미시자료 분석을 통한 LTV⋅DTI 규제정책의 효과 (0) | 2021.06.07 |
중국경제의 구조변화와 뉴노멀 (0) | 2021.06.03 |
창조경제정책의 기본방향 (0) | 2021.06.02 |
공공자본과 생산성: 국제비교 연구 (0) | 2021.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