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회자본에 대한 교육의 역할과 정책방향

사회자본 또는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무형
의 자본이다. 신뢰, 협력, 관여, 연결망, 연대, 공공심, 규범 준수 등 개인
또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포괄한다. 사회자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국제 학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어 왔다. 경제자본(물적자본), 인
적자본에 못지않게 일국 경제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 아니라 
정책 거버넌스와 구조개혁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완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인구가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실질소득이 3만달러를 넘거
나 근접한 세계 7개국 중 하나로서 경제자본의 규모는 과거에 비해 비약
적으로 증대했다. 또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양질의 근면한 노동력, 세계 
최상위권의 학업성취도와 대학진학률 등에 나타난 높은 교육열, 우수한 
두뇌 등 인적자본의 수준도 양호한 편이다. 잠재성장률과 인적자본의 질

 


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거의 매일 언론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경고와 함께 나름의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사회자본은 축적 수준이 상대
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추세적으로도 저하되는 것으로 보인다. 불특정 
타인에 대한 신뢰의 하락,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의 증대, 협력보다
는 개인플레이를 선호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
호하는 분위기의 확산, 연대의식과 공공심이 박약한 가운데 좁은 범위의 
폐쇄적 집단 내부의 이익만을 챙기고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행태의 만연

등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데는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낮고 쇠락하는 사회자본은 한국인 스스로 우리 사회를 저신뢰 
사회, 불공정 사회, 각자도생 사회, 폐쇄적 결속 사회(예: 가족 이기주의) 
등으로 인식하게끔 하고 있다. 낮은 사회자본의 대가는 모든 평가에서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적 종합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정량적 지표에 매달

 


리게 되는 것, 1인 단독가구의 증대와 이웃 간의 단절 속에 고독사가 빈
발하는 것, 남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 행동으로 혐오와 보복 및 모방이 
일어나는 것 등으로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자본의 쇠락 현상에 대한 개탄과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도, 사회자본을 어떻게 반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과 방법의 
제시는 드물었다. 본 연구가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 연

구는 김희삼 박사가 본원의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기획하
고 광주과학기술원으로 옮겨간 후에 본격 착수하여 두 기관의 지원을 받
아 수행되었다. 그는 사회자본의 중요성과 한국의 사회자본 결핍 및 쇠
락 문제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한 가지 대응으로서 교육의 역할에 초점
을 맞추어 실질적으로 2년간 이 연구를 진행했다. 사실 학교는

 인생에서 결코 짧지 않고 중요한 시기인 학령기 동안 가

 


정의 바깥에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공식적인 장이므로, 사회자본의 
바탕이 되는 타인에 대한 신뢰와 함께 협동심, 공공심, 준법정신 등을 기
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김희삼 박사의 설문조사 연구 결과가 보여
주듯이, 현재 한국의 대학생들 중 80%는 고등학교의 이미지를 ‘사활을 
건 전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핵가족화와 저출산으로 가정에서 친족과 
형제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자본을 체득할 기회가 사라진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경쟁에 몰려 존중과 협력보다는 견제와 각자도생을 배우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사회자본이 함양되려면 어떤 것들이 바뀌
어야 하고, 무엇부터 바꾸는 것이 좋을까?
이 연구를 통해 김희삼 박사는 수업방식, 즉 교수학습법이 먼저 달라

 


져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는 일방향 강의가 중심인 수직적인 수
업에서보다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수평적인 수업에서 학생들 
간의 친구 연결망이 더 많이 확충됨은 물론 사회자본과 관련된 다양한 
인식이 뚜렷하게 개선된다는 것을 교육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
한 발견은 북유럽의 고신뢰 국가들에서 수업방식이 수평적인 데 비해 동
구권의 저신뢰 국가들은 수업방식이 수직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선행연구
의 횡단면 비교를 보완하는 분석 결과이다. 특히 경쟁적인 분위기와 엄
격한 상대평가 체제하에서 공부해 온 습관이 굳어진 한국의 대학생들에
게서도 한 학기 동안의 수업방식에 따라 사회자본과 관련된 긍정적인 변
화가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며 주목할 만하다. 수업방식의 변화는 사회
자본의 함양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넓은 사회적 공감대 속에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교육 혁신 과제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