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및 금융의 발전과정과 특징
한국은 1960년대 초 본격적인 경제개발 전략을 수립⋅추진해온 이래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빈곤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190년대 들어서는 세계 1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하였다. 한국 정부는 경제개발 과정을 주도하면서 수출 대기업들을
강력히 지원하였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등장하였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성장과정에서는 내부자본시장(internal capital market)
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이는 대기업이나 기업집단 내에 존재하는 소규
모 자본시장에서 자금의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
차, 현대중공업 등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해당 기업집
단의 과감한 투자와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규복⋅하준경(2012)에 따르면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주로 물적
자본 축적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이후부터 외환위기 직후인 198년까지는 1인당 물적자본 증가율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에는 양자 간의 격차가 많이 줄고 있고 총요소생산성의 상대적 중요성이 높아
졌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규복
⋅하준경(2012)의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은 200년대 후반
미국의 60% 수준인 반면 1인당 물적자본은 80%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만연해 있
었는데 정경유착, 관치금융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경제 전반에 외형확
대 위주의 경영행태와 도덕적 해이의 심화, 이를 견제하지 못한 금융기관 여신
심사기능의 취약성 등 구조적인 부실이 누적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 197년 외환위기라
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197년 초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
는데 하반기 들어 대기업의 연쇄 부도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증, 기아 사태
의 처리 지연, 동남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해외투자
자의 불신이 한층 높아졌다. 8월부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서
고 10월 이후 S&P, 무디스(Mody's) 등 국제신용평가회사가 국내 개별 금융
기관뿐 아니라 국가신용등급까지 잇따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신규차입은 물론 기존 차입
금의 만기연장도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게 되었으며 그 결과 1월들어 우리나
라는 외환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외환결제불능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다. 197년 외환위기
이후 198년에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한국은 매우 빠
른 속도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202년에는 GDP성장률 6.3%, 소비자물가상
승률 2.7%, 경상수지 60.9억 달러 흑자를 시현하였다.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부는 외환위기 이래 은행의 기업정보 축적·분석· 활용능력 제고를 유도하는
한편 기업의 회계 및 공시제도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데 온갖 노력을 경주하였다. 외환위기의 극복이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급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203년 들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연체율 상승, 신용불량자 양산 등이 현실화
되기도 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신용 잔액은 경기회복과 함께 증가하였으며
199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매우 빠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그 추
세는 203년 초까지 유지되었다. 이 기간 동안 가계신용은 연평균 약 25%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었는데 특히 신용카드회사 등이 공급한 가계대출의 증가
율이 연평균 약 50% 이르는 등 가계신용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구조변화는 가계신용 급증의 주요인으
로 꼽힐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 금융시장을 지배하던 정책당국에 의한 인위적
인 신용자원 배분이 시장원리에 의한 신용배분으로 전환하면서 금융회사의 경
영에서 자산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관행이 서서히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기업대출에 비하여 수익성과 안전성 측
면에서 모두 우월한 성과를 보이던 가계대출 부문으로 대출이 집중되는 현상
이 발생하였다. 기업대출에 비하여 수익성이 높고 위험이 낮은 자산인 가계대출은 은행입장
에서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따라서 1999년 이후 은행의 가계대출이 급격
히 증가한 것은 경제원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대출
에 비하여 가계대출의 수익성이 높고 연체율이 낮은 현상은 외환위기 이전에
도 지속되었던 현상인데 이 때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신용시장 개입 때문에 가
계부문으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는 경로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리
고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기업 부문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는데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이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도 가계대출의 급팽창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199년 하반기 이후 본격 전개된 가계신용의 폭발적 팽창에 대하여 두 가
지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먼저 가계신용 팽창의 속도가 지
나치게 빨랐다는 점이다. 또한 엄격한 신용평가를 통한 차주의 상환능력 검증
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공급된 대규모
신용에 따라 가계부채 및 카드사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업
의 투명성이 개선되지 못함에 따라 203년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수사발표
직후 투신권 MMF 등에 대한 환매요청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급등
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되어 소위 ‘카드대란’이 발생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드대란 역시 금융부문의 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계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증가된 신용에 내재하는 신용위험(credit risk)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신용의 증가 자체가 대규모 부실사태를 발
생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년 이후 발생한 가계신용의 증가는 상
환능력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동반되지 않은 채 급격한 속도로 진행된 결과
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금융 소비자에게까지 신용이 공급됨으로써 신용불량자
를 양산하였다. 특히 이와 같은 부적절한 신용위험 평가의 배경 요인으로 개인
신용정보 생산 및 유통의 불완전성을 들 수 있으며 이후 개인신용정보의 공유
시스템을 확충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 금융의 발전 과정은 금융의 정보생산 기능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으며 이 문제들이 어떻게 해소되고 발전되어 왔는지의 역
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직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도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낙후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
부하여 저축동원이나 거래활성화 등에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주로
정보생산이나 모니터링 등의 기능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한국 금융산업이 140개 국 가운데 87위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 평가의 정확성에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여전히 한국 금융
산업의 기능이 더 발전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평가의 구성항목
들을 살펴보면 금융시장의 규모 등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 생산에 바탕을 둔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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