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면적이 충분하지 못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
택문제에 대해 상충되는 견해를 가진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상충되는 이해와 지속적인 불협화음을 극복하기 어려운 가장 중
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주택에 대해 너무나도 다른 두 가지 기본적인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택이 주거복지 등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
본적 권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여러 가지 특수한 성격을 지닌 재화
라는 믿음과, 일반 재화와 유사한 성격이 많아 시장기제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이 두 믿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곳곳에
서 충돌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은 많은 경우 어느
한 편의 희생 위에 다른 한 편의 손을 들어 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정
책적 개입의 결과 수많은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되
는 민감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택이 다른 재화와는 다른 특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더해, 시장의 비효율성 문제, 주거권의 문제, 그리
고 개발이익의 문제 등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은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
의 중요한 논거로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 모두가 관심이 있으나
그 해답에 대해서는 의견의 수렴이 쉽지 않은 주택시장문제를, 주택이
갖는 특수성과 일반성을 씨줄과 날줄로 하여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
다. 그리고 이로부터 중요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도 다른 일반적인 재화와 마찬가지로 생산되고 거래되며 소비된
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 주택은 다른 재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
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재화와는 다른 감정과 논리로 주택을
바라보고 분석한다. 주택은 일반적인 재화와는 달리 내구성과 외부성이
강한 재화이고 공급에 긴 시간이 소요되며, 소비재인 동시에 투자의 대
상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 일반 재화처럼 사용
을 통해 효용을 얻고, 다른 내구재처럼 건물이 감가상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토지부분의 가격상승에 기인하여 가격 상승이 감가
상각을 능가한다. 1970년대 이후 주택은(토지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투
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하였고,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주도한 것으로 인
식되고 있다. 주택에는 또한 다른 재화에서는 찾기 힘든 지리적인 공간이 한 요소
로 포함되어 있어, 지역 간의 이동이 힘들다. 지리적 요소가 중요한 요
소인바, 같은 규격과 품질의 주택이라도 주위의 여건(amenities라고 불리
는 국지적 공공재로 자연환경, 학군, 도심과 쇼핑센터에의 근접성, 교통
편의 등이 포함됨)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주택은 투자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복지 및 생산활동과 긴
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근로자의 주택 소비, 즉 주거환경과 복지가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주택은 사유재인 동시에 생산 활동을 간
접 지원하는 사회간접자본의 의미 역시 담고 있다(윤주현[2001]).
이 외에도 주택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구성의 큰 부분이며 가계 대
출의 주요한 담보제공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는 최종재로서 강한 후방연쇄효과를 지니고 있다. 주택건설을 위해 토
지, 건축자재, 노동력, 자본 등이 필요하고 이들을 모두 고려할 경우 주
택 건설은 국민총생산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러나 주택이 위에서 열거한 대로 일반 재화와는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주택이 다른 재화와는 다르게 취급
되고 주택시장 또는 주택가격이 특별한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의
미하지는 않는다. 서승환(1999)은 엄격하고 실증적인 분석을 통하여 부
동산 가격의 변화율에 시장기본가치가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흐름에 따
라 커짐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자산선택행위 등의 영향을
받아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기본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고, 시장기본가치가 주요 결정변
수인 한, 부동산이 특별한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음
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에게 주택
에 대한 제반 문제가 오래되면서도 가장 진중한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재화로서의 그 경제적 의미나 역할 이외에도, 주택이 우리
국민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주택 혹은 보다 광범위하게
부동산은 대다수 국민에게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못 가진 자의 소
외감을 심화시키며, 다른 지역으로의 강한 파급 효과를 통해 사회갈등
을 증폭시키는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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