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파 지식인을 중심으로 은행을 설립하자는 건의가 적극 개진되고 고종 정부 또한 신식 화폐를 발행하여 재정을 확충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적 침략은 거세지고 있었다. 특히, 조선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상인들은 상업상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조선의 화폐제도를 ‘개혁’하고 일본 화폐를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방안을 요구하였다. 고종 19년(182),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이 체결된 이후 청의 상인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일본인 상인의 상업적 이익을 위협한데다가, 당오전(當五錢)과 평양전(平壤錢) 등 악화가 남발되면서 엽전의 유통가치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자 일본 상인의 수입 무역도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에 일본 상인들은 조선의 화폐제도를 일본의 화폐제도에 연결된 형태로 개편하여 화폐가치를 안정시키는 한편 일본 화폐의 자유 유통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기존 화폐제도의 개혁은, 당오전과 평양전의 폐해를 제거하고 ‘근대적’ 화폐제도를 확립하려 하였던 당시 개화파 정부의 입장에서나, 수출입 무역과 군수비 마련 등 경제적ㆍ군사적 침략을 추진하고 있었던 일본 입장에서 모두 필요한 조치로 인식되고 있었다. 우선 개화파 정부는 「신식화폐발행장정」 반포 사흘 전인 7월 8일(음력) 당오전ㆍ평양전의 폐
해를 제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법령을 제출하여 고종의 재가를 받았다. 근래 화폐계산법이 문란해져 마침내 당오전과 엽전 사이의 구별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오전 내에 엽전을 섞거나 엽전을 당오전처럼 통용시키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마땅히 엄명을 내려 엽전은 반드시 10文 을 1냥으로 칭하도록 하고 당오전 내에 엽전을 섞어서 사용하면 그 당오
전은 엽전과 같은 단위로 확실히 계산하여 폐단을 막아야 합니다. 각 지방과 서울에서의 상납 및 지출은 지금부터 즉시 모두 엽전 단위로 계산하도록 명령하시고 평양 주전소도 역시 폐쇄시키는 것이 어떠합니까?
이 조처의 핵심은 당오전과 엽전을 섞어서 사용할 경우, 그 당오전을 액면가인 5문이 아니라 엽전과 동일한 1문 가치로 계산하겠다는 것으로, 화폐 혼용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조처를 취한 후, 7월 1일(음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신식화폐발행장정」(이하 「장정」) 을 반포하고 7월 20일부터 시행할 것을 내외에 알렸다.
제1조 (신식화폐의 종류) 신식화폐는 은화, 백동화, 적동화, 황동화 등 4종으로 나눈다. 제2조 (신식화폐의 단위) 화폐단위의 최저는 푼(分)으로 하며 10푼을 전(錢),10전을 냥(兩)으로 한다. 제3조 (신식화폐의 등급) 화폐는 5등급으로 나눈다. 최저 1푼은 황동화, 다음5푼은 적동화, 다음 2전 5푼은 백동화, 다음 1냥 은화, 그리고 5냥 은 화를 최고 등급으로 한다. 제4조 (본위화와 보조화) 5냥을 본위화로 삼고 1냥 이하는 모두 보조화로 삼는다. 1냥 은화로 거래할 때는 1회에 1백 냥을 한도로 한다. 백동화 이하의 화폐로 거래할 때는 1회에 5냥을 한도로 한다. 단, 거래자끼리 상호 허락할 때에는 이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제5조 (신식화폐와 구식화폐) 신식ㆍ구식화폐를 모두 통용시켜 유통을 넓히며 그 비례는 다음과 같다.
- 1푼 황동화는 구엽전 1매 - 5푼 백동화는 구엽전 5매
- 2전 5푼 백동화는 구엽전 25매 - 1냥 은화는 구엽전 10매
- 5냥 은화는 구엽전 50매
제6조 은화로 수입 지출하기로 한 각종 항목의 조세 및 봉급은 가능한 한 은화를 사용하되, 형편에 따라서는 구엽전을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구엽전을 사용하기로 규정된 것은 제5조의 비례를 따른다. 제7조 (외국화폐의 혼용) 신식화폐를 다액 주조하기 전에 잠시 동안 외국 화폐를 혼용할 수 있다. 단, 본국 화폐와 동질(同質), 동량(同量), 동가(同價)인 것만 유통시킨다.
단, 본국 화폐와 동질(同質), 동량(同量), 동가(同價)인 것만 유통시킨다. 이 「장정」의 반포를 계기로, 조선도 청ㆍ일본과 같은 은본위 화폐제도 일본 자본주의의 경제적 침략을 가속화하는 데에도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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