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표준적인 견해는,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 에서의 인플레이션 추세는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4 즉, 실질 GDP 성장률과 같은 실물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독립적인 현상이므로, 성장률의 하락 추세가 인플레이션을 둔화시켜야 할 이유는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학계에서는 이를 화폐의 장기중립성, 혹은 ‘Long-run Neutrality of Money’라고 지칭한다). 여기에 더해 통화정책이 외생적으로 자유롭게 결정될 수 있다면(즉, 물리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실물 자원과 달리 통화당국의 화폐공급에 제한이 없다면), 한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통화당국의 의지 혹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성숙해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경제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 는 경향이 있음은 경험적 사실이다.5 그러나 그 논리적 인과관계는 명확하 지 않다. 예를 들어 고령화는 틀림없이 경제의 총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이나 동시에 총공급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고령화 자체가 인플레 이션을 둔화시켜야 할 논리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그 구체적인 전달경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으로 보인다. 한 예로, 고령화되는 경제에서 둔화되는 총수요 추세를 당국 이 적기에 감지하지 못함에 따라 통화정책 수행이 지체되는 것이 인플레이 션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면, 이는 통화당국의 보다 선제적인 대응에 의해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고령화 자체가 통화정책의 경로를 결정하여(즉, 통화정책이 더 이상 외생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여) 인플레이 션을 둔화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향후 우리의 인플레이션이 일본에서 그랬 던 것처럼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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