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화폐사 연구 전망과 제언
현재 서술된, 개화파 지식인 및 일본인의 화폐개혁 요구와 함께
‘화권재상(貨權在上)’의 전통적 화폐인식을 갖고 있던 조선 정부가
급변하는 시세를 맞아 어떠한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는지를
반영한 다면 좀 더 균형 있는 서술이 될 것이다. 개화파 지식인들이
영향 받았던 일본의 화폐제도와 함께 조선 정부가 참고하였던
청의 화폐제도 등도 아울러 검토하면 좋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우리나라의 화폐는 물론 기성 역사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근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근대’란 곧 ‘서구’를 가리키며,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서구를 재빨리 본받아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일본’이
되기도 한다. ‘근대’는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 아래, 각 국가가
반드시 이룩해야 하는 어떤 목표, 이상향으로도 여겨져 왔다. 실제
광복 직후 역사학계에서는 식민사관의 ‘정체성론(停滯性論)’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후기의‘근대적’모습을 추출, 강조하는 연구가
다수 이루어져 왔다. 시대 상황에 걸맞은 연구 경향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역사학계에서는 ‘근대’라는
개념에 대한 재고와 성찰도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우리 역사를
연구하면서 내적 계기와 발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발전의 목표가 반드시 ‘서구’,‘일본’으로 대변되는 ‘근대’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 ‘일본’의 ‘근대적’ 화폐제도를
당연시하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화폐사 서술의 모색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