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여론조사(deliberative poll)
다양한 공론화 방식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숙의여론조사(공론조사) 방식이다. 숙의여론조사는 스탠포드대학의 제임 스 피시킨(James Fishkin) 교수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으며, 핵심아이디어 는 대표성 있는 여론조사에 숙의(deliberation)를 결합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여론조사는 응답자들이 이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그들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바(what they think)를 조사한다. 사 안에 대한 무관심이나 정보 부족으로 진정한 선호를 반영하지 못하고 무 응답이 많다는 약점이 있다.
이에 반해 숙의여론조사는 만약 그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고 집중적인 토론과정을 거친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what they would think)를 조사한다. 즉, 적절하게 설계된 숙의과 정을 통해 개인들의 정제된 선호(refined/enlightened preference)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Fishkin, 1991).
피시킨이 개발한 공론조사의 기본구조는 [그림 2-1]과 같다. 일반적 의 미의 숙의여론조사와 피시킨 방식의 숙의여론조사를 구분하기 위해, 이 하에서는 편의상 피시킨 방식을 공론조사 혹은 DP로 부르기로 한다.3최초의 공론조사는 1994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범죄를 주제로 한 숙의 여론조사(Rising Crime: What Should We Do?) 사례이다. 301명의 참가자 들은 이틀 동안 광범위한 정책 제안을 검토하고 토론했으며, 소그룹 토 론과 함께 전문가 패널 및 주요 정당 대표들이 참여하여 질의응답이 이 루어졌다. 프로그램 마지막에 개인들의 의견을 다시 조사했다. 그리고 전 과정이 녹화되어 나중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다이 사례 이후 공론조사는 많은 국가에서 활용되어 현재 우리나라를 포 함해 28개국에서 100회 이상 실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그림 2-2). 한국은 피시킨의 연구소에 3건의 사례가 등록되어 있는데, 2011년
KBS와 서울대학교가 함께 조직한 ‘통일대기획’,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그리고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그것이다. 이 중 한국의 첫 번째 공론조사 사례로 기록된 ‘통일대기획’은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 193명이 참여하여 8월 11일, 12일 양일간 통일의 조건과 시기, 결과 등 통일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그 장애요 인과 타개책을 토론한 것이다. 숙의 토론의 전 과정은 12월 4일 KBS 프 로그램으로 방영되었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