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이 약 40년간 토지를 순구매
본 연구는 우리나라 기업이 약 40년간 토지를 순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계정, 기업 재무자료 등 다양한 통계를 이용하여 밝히고, 법인의 토지 구매유인에 대하여 실증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연구이다. 한국의 비금융법인은 국민계정 제도부문별 통계가 존재하는 1975년부터 2018년 의 기간 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전후를 제외하고 매년 가계부문으로 부터 토지를 순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과 같이 기업들이 토지를 가계부문으로부터 매년 구매하고 있는 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에서는 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일본이 유일하다. 한국 법인의 장 기간에 걸친 토지자산의 축적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의미이다.기업의 토지는 생산적 활동과 재무적 활동에 모두 사용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생산적 활동과 관련하여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특히 2000년대 이후 기업의 토지수요가 크게 증가했을 수 있다 가설을 설정 하였다. 「경제총조사」(2010년, 2015년)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서 비스업의 집적화 정도가 높은 곳의 사업체일수록 토지 구매에 적극적이 었다. 아울러 기업의 재무자료를 이용하여 생산함수를 추정한 결과도 토지의 생산
기여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KISDATA를 이용하여 2000년 대 전후의 토지 생산탄력성을 추정한 결과, 후기의 토지 생산기여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한편, 토지는 설비 및 건물 등의 자본과 달리 감가상각이 전혀 없고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지가상승으로 인한 보유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투자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영업이익 의 일부를 토지로 저축할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 「경제총조사」를 이용 해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이 증가하였으나 설비 및 건물 저량이 감소하 여 생산시설의 증대가 관찰되지 않는 기업에서도 토지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재무적 유인 역시 토지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 사한다.본 연구는 한국 기업들이 장기간 가계로부터 토지를 순구매1하고 있다 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한 과정이다. 우리나라 법인부문은 가계부문으로부터 약 40 년 동안 토지를 구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두 드러진다. OECD 국가 중에서 제도부문별로 법인과 가계의 토지 교환이 한쪽 방향으로만 지속되는 국가는 일본의 1960~90년대 초반을 제외하 면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법인이 가계부문으로부터 실질 적⋅명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있는 현상은 다양한 통계에서 확인된 다. 본 보고서는 기업이 생산 주체로서 토지자산을 확대하는 현상이 우 리나라의 생산 및 자산시장에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한 맹아적 단계의 연구이다. 기업 토지의 기능은 크게 생산적인 부분과 비생산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기업 토지는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정에 필요한 생산요소이다. 다른 한편으로 토지는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기계류, 구축물, 건물 등은 투 자를 통하여 총량이 증가하지만, 토지의 면적은 물리적으로 증가할 수 없 다. 이처럼 다른 자본과 달리 생산 가능하지 않은 토지자산(non-producibleasset)은 비탄력적인 공급으로 인하여 토지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가격 이 크게 상승하기도 한다. 아울러 토지는 건물 등 다른 자산과 달리 감가 상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장기 보유가 용이하다.생산요소로서의 토지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그 중요성이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을 거쳐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전환되면서, 거시경제학에서 토지는 생산요소로서의 중요성
이 크게 희석되었다. Hansen and Prescott(2002)은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생산함수를 모형화하면서, 농업 등 토지가 매우 중요한 생산요소 로 기능했던 산업을 멜서스(Malthus) 생산함수로, 그 이후의 산업구조를 솔로우(Solow) 생산함수로 명명하였다. 산업혁명 이전의 생산과정은 토 지와 토지를 제외한 자본, 노동이 결합되어 생산물이 산출되는 과정인데, 토지는 그 면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함수가 필연적으로 규모수 익체감의 특성2을 띤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의 생산과정에서는 토지의 중요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토지를 제외한 자본과 노동만으로 생산물이 산출된다. 토지를 제외한 자본은 생산물의 투자량에 의하여 크기가 변하 므로 규모수익불변의 특성3을 가진다.Rossi-Hansberg(2019)는 서비스업으로의 전환과 공간경제학을 접목하여 토지가 지니고 있는 위치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면 지식 교류의 외부성 (externality)과 관련된 공간(space)이 중요해진다. 서비스가 교환되거나 창 출되는 과정에서 도시화된 위치의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공간은 필 연적으로 위치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토지의 고정적 특성은 희소 한 생산요소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이 경우 토지의 중요성은 농 업에서 물리적 생산요소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농경시대에서는 토지면적이 중요하지만, 서비스업 경제구조에서는 집적 화(agglomeration), 도시화 등의 위치적 희소성이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