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사외이사
먼저 사외이사 비율이 감독안건 비율과 양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과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가 상호 관련성이 있음을 함의한다. 그렇다면 사외이사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감독자 역할을 하고 CEO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본 연구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제시한다.1~3월에 감독(supervisory)안건의 수가 급증함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 라 같은 시기에 사외이사의 비율이 감소하였다. 이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 사결정을 지배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CEO가 이를 전략적 으로 이용하여 안건을 설정하지 않는다 해도, 감독안건이 가장 많이 처리되 는 시기에 사외이사 비율, 특히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 은 사외이사의 감독자 역할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질적으로는 낮 을 가능성을 보여준다.사외이사의 실질적 감독기능이 떨어질 개연성은 다른 분석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먼저 CEO와 지연⋅학연 등 사회적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는 이사회 출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출석을 하지 않 으면 안건에 대한 결정력이 사내이사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측면에서 CEO 에 대한 감독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사 외이사 비율이 높더라도 CEO와의 사회적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은 경우 이들이 실질적으로 CEO를 견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명 확하지 않다.한편,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교체 가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사외이사는 연임되지 않을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밖에 CEO와 같은 지역 출신이거 나 고등학교 동창인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교체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첫째 CEO가 이사 선임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을 시사한다. 둘째, 연임을 사외이사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CEO가 사외이사의 임기에 영향을 끼치는 한 사외이사 의 적극적 감독자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외이사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한다. 첫 째, 사외이사 후보추천에 대한 대표이사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 이 있다. 둘째, 주주총회가 단수후보 추천 자체를 거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복수후보가 추천될 경우 후보와 CEO 간의 사회적 연고관계 유 무 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과 그 효과를 제고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집중투표제, 전 자투표, 대리투표(proxy voting)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사외이사에 대한 연임결정권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주어질 경우 사 외이사의 책임성 확보를 위하여 이사회와 사외이사들의 활동에 관한 객관 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평가보고서가 주주총회에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비밀에 관한 사항이 아닌 한 중요 사안에 대한 사외이사의 역 할 등에 관한 정보는 물론 사외이사들의 출결상황, 이사회에서의 질문 횟 수, 발언시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척도들을 주주총회에 보고하여야 할 것이 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총회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인지 기존의 사외이사를 연임시킬 것인지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사외이사들의 경영감 독에 대한 노력을 유도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제2장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 교체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기업 성과 또는 가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 채널로 최고경영 자 교체의 성과 민감성(CEO turnover sensitivity to performance)을 분석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기업가치를 제고하여 주주의 이익 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독립성과 기업가치의 직접적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는 여러 내생성문제로 인해 이사 회 독립성의 순수한 효과를 잡아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블랙박스로 처리되어 이해의 폭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그 직접적 관계를 살펴보기보다는 좀 더 미
시적인 수준으로 내려가 분석을 시행한다. 구체적으로, 경영에 대한 규율에 초점을 맞춰 “더 독립적인 이사회는 비효율적 최고경 영자를 제거하는 데에 더 적극적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실증적인 대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이사회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여 최고경영자를 견제하고 감독할 책임 이 있는바, ‘비효율적(inefficient)’인 경영자를 적시에 교체하여야 한다. 이 때 ‘비효율적’ 경영자란 기업성과를 올리는 데 공헌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주주의 이익과 어긋나게 사익을 편취하는 경영자를 의미한다. 경영자로부 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는 경영자를 감독하는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경영자가 계속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 아진다.본 연구는 크게 두 개의 실증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한국신용평 가정보 기업데이터의 ‘경영진 구성’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1999년에서 2012년간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 정보를 정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 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필요성이 대두되어 관련 규제 가 강화되어 왔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비율을 강제하 는 규제가 시차를 두고 도입됨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1999~2001년, 2002~06년, 2007~12년 등 세 구간으로 나누어 상장기업들의 최고경영자 교체확률과 기업성과 간 관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또한 이사회 구성에 관한 규제의 강도에 따라 기업을 분류하여 그 차이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규제를 이용해 이사회를 규율하고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를 규율하는 제도설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 검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