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본과 생산성: 국제비교 연구
공공부문의 투자가 현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지속적 으로 커져 왔으나, 공공투자의 경제적 역할은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다 르게 작용하고 있다. 저개발 단계에 있는 국가의 경우, 공공투자정책은 빈곤과 저개발 단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반시설 (infrastructure)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선진국에서 공공투자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공급 측 요인으로서의 역할과는 달리 수 요 측면이 부각되어 왔다. 즉, 공공투자가 단기적인 총수요에 미치는 영 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따라서 투자지출의 규모와 시기가 산출에 미치는 효과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다. 선진국에 서 공공투자의 경제적 역할은 대부분 경기순환 과정에서 경기안정을 달 성하기 위한 단기적 거시경제 정책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인식되어 온 것 으로 볼 수 있다. 한편,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계기로 공공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다 시 주목받고 있다. 위기 이후 미국과 유로 등 주요국에서는 다양한 경기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대침체기(Great Recession)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대폭적인 정책금리 인하에도 뚜렷한 정책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제로금리 제 약’이라는 한계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통화정책 위주 경 기안정화 정책 프레임을 변경하였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투자를 지속
적으로 추진하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상대적 으로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 경제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장률의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 놓 여 있는데, 본 연구는 이러한 깊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공투 자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하고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이제까지의 공공투자에 대한 논의는 다분 히 이분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즉, 경제개발 과정에서 공공투자가 가지 는 기반시설 제공이라는 공급 측면의 역할과 총수요관리의 주요 수단으 로 활용되는 수요 측면에서의 역할이 분리되어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투자는 단기적인 총수요 측면의 부양효과뿐만 아니라 공공기반시설 제공을 통해 총공급 측면에서 장기적인 성장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적정 수준의 공공투자는 자본 스톡의 축적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성장에 기여하는 일반적인 성장효과 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공투자
가 장기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가지기 위한 필요조건은 공공투자를 통해 형성된 기반시설 혹은 공공자 본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될 것이다. 즉, 공공투 자를 통한 공공자본 축적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공공투자의 긍정적 산출효과는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을 지 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장에서는 국제비교를 통해 공공자본의 축적과 생산성 간 에 유의한 관계를 실증해 보고자 한다. 만약 양자 간 유의한 관계가 국제 적으로도 나타난다면, 공공투자의 역할은 기존의 단기적 수요관리 수단 의 차원을 넘어서 장기적인 성장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본 장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2절에서는 공공투자와 경제성장의 관 계를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제3절에서는 국제비교를 통해 공공투자와 생산성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성장회계를 통한 총요소생산성 방식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측정하고,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성장회계 결 과를 비교⋅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주요 결과를 정리하고 시사점을 제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