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이처럼 새로이 등장한 상업은행은 조선중앙은행에서 조직 및 기능을 분리해 설립
된 것으로 파악된다. 강경희(2019)에서는 북한의 은행체계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으로 조직적·기능적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
은행 체계 안에서 발권, 통화조절, 예금, 대부 업무가 함께 수행되었으나, 지금의 중
앙은행은 발권업무, 상업은행은 예금과 대부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으로서 기능하고
있어 은행의 조직과 기능이 분리된 것을 알 수 있다
‘현금-무현금’ 화폐유통 및 지급결제수단의 변화
김정은 시대에서는 과거의‘기업-무현금-예금돈자리’,‘가계-현금-저금돈자리’의 구분
제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계획경제의 근간인 ‘현금-무현금’ 구분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기업부문에서의 변화는 ‘현금돈자리’ 도입, 가
계부문에서의 변화는 ‘전자결제카드’ 확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기업-무현금-예금돈자리 제도 변화]
‘기업-무현금-예금돈자리’ 제도는 2012년에 도입되어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 기업의 ‘현금돈자리’ 제도를 시작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으
로 파악된다.16)
이로 인해 최근 북한 기업소의 지급결제 방식은 <그림 5>에서처럼 ① 무현금화폐
(수동적 화폐, passive money) 계좌이체, ② 현금 인출·지급, ③ 예금통화(능동적
화폐, active money) 계좌이체 등 세 가지로 다양해졌다. 첫 번째는 종전에 북한 기
업이 주로 사용했던 예금돈자리(기본돈자리)17)를 통한 무현금 유통이다. 예금돈자리
는 국정가격에 의한 무현금 결제만 가능한 결제계좌(payment account)이다. 즉, 전통
적 사회주의계획경제 시스템에서 운용되는 구매력이 없는 수동적 화폐(passive
money)인 무현금이 유통되는 영역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최근 신설된 현금돈자리
와 관련된 방식으로서 현금-무현금 구분제도에 변화를 초래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현
금돈자리는 기업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을 입금하였다가, 다시 현금으로 인
출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협의계약에 의한 거래대금을 협의가격으로 이체할 수도 있
다. 또한 현금돈자리에 예치된 예금은 결제성예금 뿐 아니라 저축성예금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저축성예금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였다.18)
현금돈자리를 통한 지급결제 방식은 실제 현금을 인출하여 결제하는지, 또는 계좌
를 통한 송금방식으로 결제하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즉, 두 번째 지급결제 방
식은 현금돈자리에서 현금 출금을 하고, 이를 기업간 거래에서 현금결제를 하는 것
이다.19) 이는 기업의 현금 결제가 제도적으로 수용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세 번
째는 현금돈자리에 예치된 자금을 협의가격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대금결제 방식이
다. 북한은 이를 무현금 결제방식으로 표현하면서 현금-무현금 구분제도에 변화가
없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구매력이 없는 무현금화폐(수동적 화폐,
passive money)를 이용한 계좌이체와는 다르다. 즉, 일반적인 시장경제에서의 예금
통화(능동적 화폐, active money)를 이용한 계좌이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이를 ‘예금통화 계좌이체’로 표현하였다.